나도 똑같은 사람

김동욱 0 4,435 2006.09.11 12:17
2001년 9월 11일!

5년 전 그 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난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테러 공격을 받던 날,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40 FT HQ 콘테이너에서 물건을 내리고 있었다. 오전 8시가 조금 못 되어서 콘테이너에 장착되어 있는 봉인을 떼어 내고 대형 콘테이너에 가득 실려 있는 1,500 박스가 넘는 물건들을 3층에 있는 창고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작업을 시작한 지 30분 정도나 되었을까? 정확한 시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비행기가 부딪혔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잠시 후, 그것이 단순한 조종사의 실수가 아닌 항공기를 동원한 테러일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로 바뀌었고, 납치된 항공기가 모두 7대이며, 그 중 6대의 행방은 파악됐으나 나머지 1대는 행방조차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행방을 알 수 없는 1대의 항공기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향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는 소식들을 계속해서 전하고 있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와의 직선 거리는 100 미터 남짓하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공격을 받게 되면 우리 회사가 입주해 있는 건물도 결코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가 없었다. 건물도 건물이지만, 32가에 정차해 있는 콘테이너에서 물건을 내려 창고로 옮기고 있는 우리 직원들이 어떠한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지는 상상하기도 겁이 나는 노릇이었다.

회사의 주인은 아니지만, 내가 상황을 판단하여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15만 불 상당액의 물건이 실려 있는 콘테이너를 도로상에 그대로 방치해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작업을 계속한다는 것도 무모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난 삼풍백화점 사고현장에서 당시 스무 살이었던 막내 여동생을 잃었었다. 그 사고가 일어 났을 때, 직원들을 일찌감치 대피시키지 않았던 경영자들과 관리자들을 얼마나 비난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내가 그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내가 수 많은 사람들의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 보다, 내가 7~8명의 직원들을 죽게 만들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우리 빨리 마치고 퇴근하자!” :우리 이 일만 마치고 퇴근하자!”는 말로 작업을 독려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사무실에서 인터넷에 접속하여 시시각각 변하는 뉴우스를 접하며, 제발 우리 직원들이 작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 까지는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안녕에 마음을 쓸 만한 여유가 그 때는 없었다. 오직 나와 우리 회사의 직원들에 대한 안녕만을 염려하고 있었다.

나도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서 내 여동생을 죽게 만들었던 그들과 조금도 다른 것이 없는, 나도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