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의 합장

김동욱 3 4,537 2007.06.06 19:00
한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 중에는 기독교인들이 제법 많다. 우리와 같은 개신교를 믿는 사람도 있고, 천주교를 믿는 사람도 있다. 대권주자들이라고 회자되는 이름들 중에서, 오늘 현재 선두 그룹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꼽으라고 한다면, 서울시장을 지냈던 이명박씨와 한나라당의 대표를 지냈던 박근혜씨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들어, 이 두 사람의 행보가 빨라졌다. 표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곳이라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려 가 얼굴을 내밀곤 한다. 다양한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그들로부터 환심을 사서 표를 얻어야 하는 형편이니, 그네들의 발걸음이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움직이는 것은 이해할 수가 있다. 하지만, 어느 곳을 찾건, 하나님을 유일한 신으로 믿는 기독교인이라면, 기독교인답게 행동해야 한다.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했던 박근혜씨가 성찬식에 참예했다고 하여 한동안 시끌벅적했었다. 박씨가 성찬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말들이 많았었다. 박씨의 성찬식 참예에 관한 설왕설래가 수그러지더니, 이번에는 이명박씨의 합장에 관한 이야기를 놓고 갑론을박이 심하다. 우리 모두가 아는바와 같이 이명박씨는 곽선희 목사가 원로목사로 있는 소망교회의 장로이다. 장로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불상을 향하여 합장을 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독교의 바탕은 유일신 사상이다. 하나님만이 경배를 받으실 대상이다. 이명박 장로가 그것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걸 몰랐다면 절대로 장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 장로의 그와 같은 행위를 '불심 잡기'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는 '불심을 잡기 위하여 하나님을 버렸다'는 이야기가 됨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을 경홀히 여기는 행동은 기독교인들은 어느 누구도 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을 경홀히 여기는 행위가 '다른 신을 향하여 경배하는 행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상 숭배일수 밖에 없는 '다른 신을 향한 경배'는 십계명 중 첫 번 째의 계명을 어긴 행위에 속한다. 평신도도 저질러서는 안 되는 배교 행위나 다름없는 행동을 장로가 한 것이니, 아무리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장로의 행동에 따끔한 일침을 놓아주어야 할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입도 뻥끗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이 장로가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자이기 때문인가? 이 장로의 잘못을 지적하면, 이 장로가 지지층을 잃게 될까 봐 염려가 되어서인가? 목회자들을 비롯한 교계의 지도자들은 하나님의 시각에서 이 장로의 행동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 장로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옹호해 주어야 하겠지만, 그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면 강하게 질책해 주어야 한다. 그의 행동 하나 하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아직 믿음이 연약한 자들이나, 사리를 분별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그의 잘못된 행동은 치명적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타종교의 지도자들을 만나 관심사를 교환하고 인사를 나누는 것을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타종교와 담을 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예배 행위는 다르다. 불교를 믿는 대권후보가 예배당에 와서 '보여주기 용 예배'를 드리는 것을 좋게 보아 줄 기독교인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기독교를 믿는 대권후보가 불상 앞에 서서 합장을 하는 모습도 결코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아니, 기독교인이라면 그와 같은 행동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 크리스찬투데이 2007년 6월 6일자 시사칼럼 In & Out

Comments

박선희 2007.06.07 11:43
  장로는 장로 다와야 장로고 기독교인은 기독교인 다와야 기독교 인이지요. 아무나 교회엘 다닌다고 다 크리스챤이 아닌것 처럼요. 이런 불상사가 다 목회를 잘 못해서 오는 폐단이지요.
김동욱 2007.06.07 12:07
  박집사님, 목사님 한테 혼나시겠다!
김동욱 2007.06.08 19:46
  혜정스님의 말씀입니다.

문 : 정치인들이 종교의 가르침을 받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떻습니까?

답 : "종교는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겁니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너무 광신적이지요. 종교인구가 많으니까 정치인들이 그쪽에 온갖 추파를 던지는 것도 추한 모습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우상숭배하지 말라고 했는데 정치인이 자기 종교를 배신하고 표만 쫓아다녀요. 그런 사람들이 뭘 하겠어요. 대통령감으로서는 결점이죠. 같은 종교를 믿으면 표를 주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정신나간 거지."

혜정스님은 1933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 우연히 월간 '불교'를 읽고 마곡사 대원암으로 출가했다. 1953년 예산 수덕사에서 금오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1970년대 중반 법주사 주지를 맡아 불교교리, 불교사, 각 경전,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영어, 심리학, 논리학, 비교종교학 등의 교과과정을 개설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스님의 원력에 힘입어 법주사 강원은 지금도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1962~1993년 1~8대 조계종 중앙종회회원, 72년 중앙종회 부의장, 77년 총무원장을 지냈다. 현재 조계종 원로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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