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한인회와 선관위에 바란다

김동욱 0 4,335 2007.03.24 04:53
뉴욕한인회장 선거가 코 앞에 다가왔다. 이러저러한 일들로 가뜩이나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 치르게 되는 선거인지라 세인들의 관심이 뜨거울 수 밖에 없다. 특히 금번의 선거에는 입후보자가 셋이나 되니, 선거의 분위기가 과열될 수도 있고, 이것이 혼탁한 선거 운동으로 치닫게 만드는 원인이 되지는 않을런지 심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뉴욕한인회장 선거를 앞두고, 뉴욕한인회와 뉴욕한인회장 선거관리위원회에게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입후보의 자격을 “3년을 계속하여 5만 불 이상의 소득을 보고한 자”로 제한한 것은 온당치 못하다. 뉴욕한인회의 재정적인 어려움이 회장의 출연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회장 입후보의 자격을 ‘돈’으로 제한하는 것은 절대로 옳지 않다. 뉴욕한인회가 뉴욕한인부호회(韓人富豪會)가 되어서는 안된다. 입후보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회장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자기가 가진 돈은 없어도, 돈을 모으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둘째, 후보자들이 납입한 공탁금 중에 선거를 치르고 남은 돈이 있으면, 반드시 후보자들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 후보자들이 내는 공탁금은 선거를 치르는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지, 한인회의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후보자의 난립을 막기 위하여 그와 같은 제도가 꼭 필요하다면, ‘유효 투표의 5% 미만을 득표한 자에게는 공탁금을 반환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만들어 시행할 수는 있을 것이다. 득표율과는 관계없이 공탁금을 반환하지 않겠다는 착상은 아무리 좋게 생각을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거에 떨어진 사람의 돈으로 한인회의 살림을 꾸려 나가겠다는 생각은 결코 옳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에 속한다.

셋째, 뉴욕한인회장 선거의 심판진에 해당하는 선거관리위원회에 관하여 말들이 많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기가 시작도 되기 전에 심판에 관하여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다면, 이건 그냥 무시해 버릴 사안이 아니다. 경기가 끝난 후에 반드시 후유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월드컵 축구 경기의 심판을 배정할 때에는 반드시 대전을 갖는 팀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제3국인의 심판을 배정한다. 그런데도 간혹 불미스런 일들이 생겨 난다. 이번에 치러질 뉴욕한인회장 선거를 관리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본인들의 생각과 각오가 어떠하든 세 후보자들 사이에서 엄정 중립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넷째, 조선족 동포들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 이 문제는 뉴욕한인회칙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가능할런지 모르겠다. 금번 선거에 적용할 수 없다면, 차기 회장 선거 때부터는 한민족의 핏줄을 타고 난 사람들은 누구나 뉴욕한인회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 바란다. 현재의 뉴욕한인회칙에 따르면, 조선족 동포들을 ‘정회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투표권이 없는 정회원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조선족 동포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을 작정이었으면, 조선족 동포들을 뉴욕한인회의 ‘정회원’이 아닌 ‘준회원’으로 규정해 놓았어야 옳다. 조선족 동포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동질성의 부족”, “몰표 현상”, “외교적인 마찰”을 가장 큰 이유로 든다. 그러한 것들은 조선족 동포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할 수 없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한민족의 혈통을 받아 태어난 사람들은 누구나, 그 사람이 뉴욕한인회의 관할 지역에 거주하고 있기만 하면, 그 사람의 현재 국적이 어디이건, 그 사람이 예전에 어느 나라의 국적을 가지고 있었건, 모두 뉴욕한인회에서 실시하는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뉴욕한인회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기초로 하고 있으니, 회장 입후보의 자격을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거나 가졌던 자’로 제한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미국 태생의 시민권자”로 제한하고 있는 것 처럼.

한달도 채 남아있지 않은 뉴욕한인회장 선거가 공정하게 관리되어지길 기대한다. 선거가 끝난 후에 어떠한 후유증도 남아 있지 않는 깨끗한 선거가 되길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가해야 한다. 뉴욕한인회장 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한인들의 숫자가 정확이 몇이나 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겠지만, 겨우 2만 명 남짓한 사람들이 투표에 참가해 왔다면, 그것은 우리 대부분이 유권자로서의 직무를 유기해 왔다는 이야기다. 우리 모두 4월 14일(토요일)에 실시되는 뉴욕한인회장 선거에 꼭 참여하자! 뉴욕한인회는 우리 모두의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 주자!

* 뉴욕한국일보 2007년 3월 23일(금요일)자 A11면 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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