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홈페이지, 익명제 보장하라

김동욱 2 5,179 2007.03.14 21:40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에 깊숙히 자리하게된데는 뭐니뭐니해도 대부분의 홈페이지에 설치되어 있는 '게시판'의 공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터넷 '게시판'이 생겨나기 전의 의사 소통 방법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활자매체를 통한 대담은 지면의 제약이 있었고, 방송을 통한 토론은 시간의 제약이 있었다.

이러한 제약을 한꺼번에 타파해 버린 것이 '게시판' 이었다. 사회자의 통제마저도 배제된 가운데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자유로운 의사 소통이 가능해졌다.

아무런 제약이 가해지지 않는 '게시판'에서 네티즌들은 거침없이 자기들의 생각하는 바를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눈치를 보느라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을 앓듯이 답답한 심정을 쓸어 내리고 있어야 할 이유가 더 이상은 없게 되었다. 상대방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 공간, 익명성이 보장되어 있는 '게시판'에서의 대화는 막힘이 없었다. 상대가 누가 되었건, 나와 주장이 다른 글에 대하여는 '댓글'을 통하여 신랄한 비판을 가하기도 하고, 자기와 생각이 같은 글에 대하여는 '추천'을 하기도 하면서, 기존의 언론 매체들이 가지고 있었던 여론 형성의 기능을 '게시판'이 주도하는 현상으로까지 발전하였다.

많은 교회들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교회들의 홈페이지에도 '게시판'들이 설치되어 있다. 게시판을 운영하는 방법들은 교회마다 다르다. 많은 교회들이 '게시판'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회원으로 등록을 해야하는 실명제를 채택하고 있다. 실명제도 일반적인 싸이트에서 시행하고 있는 실명제와는 사뭇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회원등록 신청을 하면, 관리자들이 자기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사람인지를 확인을 한 다음에 가입 여부를 결정해 주는 폐쇄적인 방법을 쓰고 있는 교회들이 제법 많다. 따라서, 그 교회에 출석은 하지만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이나 그 교회와 무관한 사람은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홈페이지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교회들의 상당수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교우들의 비판적인 글이 올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하여 회원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겸허한 마음으로 교우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목회자도 비난받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을 방치해 두었을 때, 그 일이 얼마나 크게 번져나갈 수 있는가를 말해주는 속담이다. 방만하고 잘못된 재정 운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회들이 있다.

뉴욕에 있는 중부교회와 뉴저지에 있는 갈보리교회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쉬쉬하지 말고 모두를 오픈해 놓고, 양해를 구할 것은 구하고, 용서를 빌 것은 빌면 될텐데, 왜 이리도 귀를 막고 있는지 모르겠다.

교회 홈페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라! 교회 홈페이지를 활짝 열어 놓아라! 언로가 막혀 있으면 늘어나는 것은 '카더라 통신'이다. 떠도는 이야기가 많아지면 사태는 더 악화되어진다. 교회의 홈페이지는 철저하게 익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 한국 교회의 정서가 실명으로 뭔가를,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교회홈페이지가 폐쇄적으로 운영되거나 폐쇄되면 필연적으로 'OOOO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좋은 말도, 싫은 말도 교회 안에서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교회도 살고, 목회자도 살고, 성도들도 산다. 밖으로 나가게 버려 두면, 교회도, 목회자도, 성도들도 치유될수 없는 아픈 상처를 입게 된다.

김동욱 집사(nykorean.net 대표)

* 크리스챤투데이 2007년 3월 14일자 시사칼럼 In & Out

Comments

박선희 2007.03.18 21:31
  구구절절이 맞는 말씀 입니다. 잘못이 없으면 굳이 숨길일이 없지요. 익명성은 반드시 필요하고 또 그렇ㄱ 운영이 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동욱 2007.03.25 11:10
  잘못이 없어야 하지만, 사람들이 하는 일에는 잘못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잘못이 있을 때, 그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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