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을 보고 선택해야

김동욱 3 5,414 2007.01.04 12:26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일 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저런 사람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유력한 후보라는 평판을 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 사람의 이름이 왜 또 나오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하는 짜증이 나는 이름도 있다.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발표했던 사람의 이름도 등장하고, 존경받는 학자의 이름도 등장하기도 한다. 그 이름들 중에는 기독교인들도 있다. 현재 각종 여론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사람은 서울에 있는 대형 교회의 장로이다. 그 사람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에 뉴욕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뉴욕의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앞장을 서서 '기도회'를 한다고 난리법석을 떨기도 했었고, 그들의 그와 같은 몰지각한 행동은 생각이 있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았었다.

나는 기독교인들의 현실 정치 참여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다. 기독교인들도 정당에도 가입하고, 각종 정치 단체에도 참여하여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목회자들이 강단을 통하여 특정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다거나, 교인들에게 특정인을 지지하라고 유도하는 등의 행위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와 같은 일을 일삼는 목회자라면, 차라리 목회를 접고 정치인으로 나서는 것이 옳다고 본다. 강단에서의 정치적인 발언은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교우들을 분열시키는 역할을 할 뿐, 어떠한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다주지 못한다.

목회자들 중에는, 기독교인들 중에는 "기독교인들은 기독교를 믿는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안수 집사가 대통령이 되건, 장로가 대통령이 되건, 기독교의 발전과 진흥에 이바지할 수 있는 어떠한 권한도 대통령에게 주어져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대통령이 특정한 종교를 탄압할 수 있는 권한도, 비호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고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은 모든 종교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 그것이 사교가 아닌 한, 대통령이 장로라고 해서 기독교를 우대하고 불교나 여타 종교를 홀대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장로를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가졌던 경험이 있다. 그 장로 출신의 대통령이 기독교의 발전에, 기독교의 부흥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 그는 대통령에 취임한 후에, 교회에 출석하여 예배를 드리는 대신에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예배를 드렸었다. 군목의 숫자를 줄이고 군승의 숫자를 늘렸었다. 그 결과 지금은 군목의 숫자보다 군승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한다. 대통령은 국가를 통치하는 사람이지 특정한 종교의 부흥이나 발전을 위하여 역할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을 선출할 때는 후보자가 어떤 종교를 믿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 사람이 진정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일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파탄에 빠져 있는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국가의 안위를 책임질 만한 확고한 계획과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급변하는 국제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감각과 순발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우리의 자녀들에 대한 뚜렷한 교육관을 가지고 있는지, 미래 사회에 대한 밝은 비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본인이 특정인을 반대하는 것으로 이 글이 비쳐지지 않기를 바란다. 난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다만, 기독교인들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질 때문에가 아니라, 단지 우리와 같은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지지를 해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시각이라는 것을 지적해 두려는 것뿐이다.

* <크리스찬 투데이> 2007년 1월 3일자

Comments

김동욱 2007.01.04 12:56
  본인이 LA에서 발행되어 미전역에 배포되고 있는 <크리스찬투데이>에 시사칼럼을 게재하기로 하였습니다.

"크리스찬 시각에서 교계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사칼럼 'In & Out'"을 김홍규 목사님(인천 내리교회), 박문규 학장님(C.I.U.), 이정근 목사님(CA 유니온교회), 한규삼 목사님(CA 세계로교회)과 함께 매 5주마다, 교대로 집필을 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기도하여 주시고, 성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정근 2007.01.05 22:09
  김동욱집사님의 올바른 믿음생활의 축복으로 여겨짐니다.
매사에 정직하고 곧은 마음으로 주님의 말씀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좋은글 모든이에게 공감이 되는 칼럼을 기대하겠습니다.
복된 새해가 되세요.
김동욱 2007.01.06 04:52
  많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옳곧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기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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