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고마울 수가...

김동욱 3 7,168 2007.07.29 10:54
저의 오랜 넷친구인 오연희 집사님께서 얼마 전에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출간하셨습니다. 두 권 모두 창조문학사를 통하여 펴내셨는데, 한 권은 '시차 속으로'라는 이름의 산문집이고, 다른 한 권은 '호흡하는 것들은 모두 빛이다'라는 이름의 시집입니다. 그런데 황공하옵게도, 처음 내시는 책의 '작가의 말'에서 저를 언급해 주셨습니다. 제가 그런 큰 영광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부끄러운 마음이 큽니다. 이 자리를 빌어 오연희 집사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오연희 집사님께서 산문집 '시차 속으로'에 쓰신 '작가의 말'을 여러분들과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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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시차 견뎌내기


15년 전 상사주재원 가족으로 미국에 첫발을 내 디뎠습니다. LA공항에 내려 남편이 있는 아리조나 유마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마까지의 비행시간을 알려 주는 공항직원의 말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 나라에 다른 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상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기차고 버스고 탔다 하면 유난히 심하게 멀미를 하는 편이긴 하지만 '시차'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 머리의 반쪽이 어긋나게 붙어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미국의 서부 중부 동부와의 시차, 한국과의 시차 그리고 몇 해 살았던 영국과의 시차까지 '따로 또 하나'인 세상에 적응하느라 늘 멀미가 났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을 다니던 중에 미국에 온 저의 딸과 아들은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고 꿈을 꿉니다. 엄마아빠 앞에서는 한국말을 사용하려고 애를 쓰더니 이젠 저희들도 힘든 모양입니다. 가끔 영어와 한국어의 뉘앙스차이로 인해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따로' 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멀미가 납니다.

이 책 속의 글들은 지극히 평범한 범주에 속하는 우리가족이 시차를 겪으며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곳의 중앙일보에 2002년부터 교육섹션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생, 고등학생인 딸과 아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현장 엿보기'라는 타이틀로 시작했는데 요즘은 '학부모 일기'로 바뀌었습니다. 이런저런 국내외 지면과 방송을 통해 발표한 시와 산문도 더해졌지만 책을 내기에는 아무래도 머뭇거려졌습니다. 그런 저에게 글을 쓴 후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르면 책을 읽는 사람이 시차를 느끼게 된다고 한 문단선배님께서 충고의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수긍이 갔습니다. 저의 시행착오가 독자님들의 시차를 줄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용기를 내 봅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힘이 되어주신 분들을 생각합니다. 먼저 박동규 서울대 명예 교수님을 잊지 못합니다. 교수님께서는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겸손하시고 따스했습니다.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선뜻 제 산문집의 발문을 써 주셨습니다. 감사의 마음 오래 간직하겠습니다.

자랑스러운 친구라며 기뻐해 주시는 뉴욕의 김동욱 선생님, 늘 동생처럼 보살펴주시는 시인 김영교 선생님, 어떻게 도울까요? 라며 자기 일처럼 즐거워하는 교우님들, 그리고 고정독자라며 계속 글을 쓰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신 독자님 한 분 한 분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글을 쓰고 있으면 "어... 일하네..." 하면서 조용히 문을 닫고 사라지는 남편의 사랑을 생각합니다. 엄마가 무엇을 하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착해지고 있는 것 같다던 아이들의 말에 자꾸 웃음이 납니다.

2007년 자카라타 만발한 오월에
오 연 희


작가 오연희 님의 약력입니다.

1957년 출생. <심상> 시 등단, <해외문학> 수필 등단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 신인문학상(넌픽션)
크리스챤문학 신인상(시)
중앙일보(미주판) 교육칼럼 집필(2002~현재)
미주한국문인협회 이사, 웹 관리 위원장
<시와 사람들 동인>
미국 Los Angeles 거주
시집으로 <호흡하는 것들은 모두 빛이다>가 있다.

E-mail : ohyeonhee@hotmail.com

Comments

김동욱 2007.07.29 11:12
  오연희 집사님과 저와의 인연은 KBS Worldnet을 통하여 이루어졌습니다. 오 집사님께서는 영국의 통신원으로, 저는 뉴욕의 통신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시작된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졌습니다. 많은 넷친구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리를 뜨곤 했지만, 오 집사님은 늘 저와 함께 해주셨습니다.

오 집사님께서는 LA에 살고 계시고, 저는 뉴욕에 살고 있어서 아직 대면하여 뵙지는 못했습니다. 몇 차례 전화로 안부 인사를 나누었을 뿐입니다. 몇 해 전에, 제 아들 녀석인 도현이가 LA에 파견 근무를 나가 있었는데, 그 때 오 집사님께서 도현이에게 융숭한 대접을 해주셨습니다.

언제고 LA에 갈 기회가 있으면, 오 집사님 내외분을 꼭 뵙고 오려고 합니다. 가끔은 저를 '동욱 성님'으로 불러 주시기도 하시는데, 뉴욕에 살고 계시는 분들도 뉴욕중앙일보를 통하여 종종 얼굴을 뵈었을 것입니다.
오연희 2007.07.31 02:18
  와~~이런곳이 있었군요.
이곳저곳 잘 둘러봤습니다.
사랑과 웃음이 가득하네요.
반갑습니다.
제 책을 잘 소개해 주셔서 조금 부끄럽고 감사하고..
'예수생명교회' 모든분들께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샬롬!!^*^
김동욱 2007.07.31 21:34
  집사님, 고맙습니다.
이 곳 까지 찾아 와 주시고...

집사님께는 늘 송구한 것들 뿐입니다.
그 송구함, 제가 사는 날 동안에 조금이라도 벗을 수 있을런지...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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