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왕을 주세요.

김성민 0 5,810 2007.12.20 05:15
오늘 한국의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나의 조국 대한민국! 이국만리에서 살다보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고 하더니 나도 그런가보다. 마치 고향의 어머니를 부르는 것처럼 조국의 이름이 애절하게 다가온다.

이번에 당선된 후보는 강남의 유명한 교회의 장로님이시다. 강남의 또 하나의 유명한 교회 목사님이 대선을 며칠 앞둔 설교에서 피력했듯이 ‘골방에서 기도하며,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양심을 가진’자가 당선된 것 같아서 한 교인으로서 매우 기쁘다. 하지만 가슴 저편에서는 눈물이 흐르는데 절제가 되지 않는다. 오늘 아침 아이들 방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많이 울었다. 기도가 격해지다보니 아침도 생각이 없었다.

당선 확정된 후보는 모두가 인정하는 실력가이다. 입지전적인 그의 인생드라마를 생각하며, 서울시장으로서 실무를 맡았을 때의 그의 추진력을 두고 내리는 평가일 것이다. 내가 봐도 잘 할 사람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내 마음이 아픈 것은 교회의 모습이다. 거의 모든 교회에서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 이 곳 뉴욕에서도 많은 목회자들이 모여 당선을 위한 특별기도회도 자주 열었다. 이들의 아우성을 보면서 마치 사사시대 마지막 즈음 이스라엘 백성들이 사무엘에게 왕을 달라고 소리 지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들의 주장은 “열방과 같이” 우리에게도 왕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백성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내어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여 그곳에서 정착하게 하셨다. 그리고 왕으로서 그들을 다스리시고 보호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존재를 왕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실재로 주변국의 침략에서 그들을 보호하고 자신의 민족을 부강하게 할 보이는 왕을 원했던 것이다.
요즘 교회는 많은 안티세력이 있다. 자꾸 깐죽대는 그들을 보고만 있을 수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번듯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독교를 박해하는 세력들이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먹고사는 문제도 그렇다. 교회에 충성봉사하면 잘 먹고 잘 살 것이라고 ‘선포’해 왔다. 이제 그들에게 실력을 보여줄 때가 된 것 같다. 장로가 대통령이 되어서 경제부흥을 일으키고 비기독교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어 안티세력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차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버렸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장로들은 처음 왕을 요구할 때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무엘의 아들들을 언급하였다. 그들이 아버지의 행위를 따르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대로 뇌물을 취하고 판결을 굽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그 전 사사요 제사장인 엘리와 그 두 아들인 홉니와 비느하스에 대한 악행들도 염두에 두고 항의하는 말일 것이다. 그들은 영적인 지도자들의 죄악을 들어서 왕을 요구하고 있으나 실상은 이집트에서 나오던 날부터 하나님을 버리고 자신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사무엘을 통해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오늘날 교회는 거대한 ‘맘몬’이라는 또 다른 신을 겸하여 섬기고 있는 것 같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통치와 보호보다는 돈과 명예와 권력이 교묘하게 교회 신앙과 혼합되어 있다. 교회 사역이 많은 부분 성도들을 맘몬과 협력하여 살아가는 것을 권장하고 있고 그 덩치가 크고 영향력이 클수록 교회의 힘을 자랑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교회의 다양한 활동과 제자훈련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제자’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맘몬과 결탁한 그들은 교회의 성장(권력)을 위해 헌신할 뿐 정작 하나님 나라의 가치인 사랑과 정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의 유수한 기독교기업의 회장같이 제자훈련을 통해서 교회의 가르침대로 세상의 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만 정작 법 위에 있는 백성들의 고통을 간과하는 것은 그 단적인 예라 할 것이다.

예수님께서 세상을 대하는 방식은 십자가였다. 세상이 줄 수 있는 모든 굴욕과 고통을 참으며 오히려 세상을 향해 용서의 팔을 벌리시고 십자가에 달리셨다. 그리고 삼일 만에 죽음에서 부활하셨다. 이 부활이야말로 세상을 이기신 능력이다. 바람이 있다며 세상을 향해 주님께서 지신 그 십자가를 지고 다가가 그들을 껴안고 부활의 소망을 증거 할 자들이 조국교회의 성도들이었으면 좋겠다.

사울 다음에야 비로소 하나님 마음에 합한 다윗 왕이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예수님께서 오시기까지 이스라엘은 약속의 땅에서 잊혀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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